치즈케이크는 다 비슷하다고 생각했었어요. 고소하고 달콤한 건 다 똑같이 맛있다고 여겼고, 그래서 특별히 누군가의 추천 없이 손이 가는 디저트는 아니었죠.
그러다 우연히 카페에서 주문한 바스크 치즈케이크 한 조각. 검게 그을린 외면을 보고 ‘실수한 거 아냐?’ 싶었는데, 한 입 먹는 순간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이게 뭐지? 탄 건 줄 알았는데… 너무 부드러워…?”
겉은 진하게 구워져 캐러멜처럼 고소하고 쫀득했고, 속은 거의 무스에 가까운 촉촉한 크림. 흔히 보던 깔끔한 단면도 없고, 모양도 불규칙했지만 어쩐지 더 따뜻하고 정감 갔어요.
그날 이후 바스크 치즈케이크는 제게 단순한 디저트를 넘어 하나의 위로가 되었죠. 마음이 울퉁불퉁한 날, 괜찮다고 말해주는 그런 존재.
이 글은, 그런 날의 이야기입니다. 혼자 오븐 앞에 서서, 뭔가를 굽는 행위가 위로가 되던 그 순간의 기록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바스크 치즈케이크를 처음 굽는 사람들을 위한, 아주 쉬운 안내서이기도 해요.
1. 재료 준비 – 우리가 가진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집에 이거 없어도 괜찮을까?”란 고민, 모두 해보셨죠. 바스크 치즈케이크는 의외로 단출한 재료로도 충분해요.
- 크림치즈 250g (무조건 실온! 차가우면 뭉쳐요)
- 설탕 70~80g (취향에 따라 조절)
- 계란 2개 (실온)
- 생크림 200ml (휘핑용이면 더 좋아요)
- 박력분 10g (중력분도 OK, 생략도 가능)
- 바닐라 익스트랙 (있으면 풍미 업)
도구: 볼 2개, 체, 주걱, 종이포일, 오븐 또는 에어프라이어
💡 실수 방지 팁: 크림치즈는 반드시 실온에 두세요. 시간 없을 땐 전자레인지 10초씩 돌려가며 부드럽게!
2. 반죽 – 섞는 시간에 감정도 풀려요
크림치즈를 볼에 담고 천천히 풀어보세요. 꼭꼭 눌러 풀다 보면 어느새 마음도 부드러워지더라고요.
- 설탕을 넣고 잘 섞어요. 알갱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 계란을 하나씩 넣어주세요. 급하게 말고, 한숨 쉬듯 천천히.
- 생크림을 넣고 ‘섞는 게 아니라 흘려보낸다’는 느낌으로.
- 밀가루와 바닐라 익스트랙으로 마무리!
❌ 실패 포인트: “열심히 섞어야지!” → 오히려 독이에요. 거품 생기면 윗면 갈라지고 울퉁불퉁해져요.
💡 초보자 팁: 체에 한 번 걸러서 틀에 붓는 것만으로도 식감이 달라집니다. 진짜 카페 느낌 나요!
3. 굽기 – 겉은 조금 탔지만, 속은 여전히 따뜻해요
종이포일은 구겨서 틀에 깔아주세요. 이게 진짜 바스크의 무드예요. 반죽을 부은 뒤, 예열된 오븐에 넣고 220~230℃에서 25~30분 구워요.
윗면이 진한 갈색이 됐을 때, 겉은 익은 듯해도 속은 살짝 출렁이는 정도가 좋아요. 그게 진짜 바스크예요. 단단한 치즈케이크와는 달라요.
💡 팁: 에어프라이어로도 가능해요! 다만 시간과 온도는 조절 필요. 표면 색만 믿지 말고 중간에 확인하세요.
4. 식히기 – 케이크도, 나도 쉬어야 해요
오븐에서 꺼낸 뒤 1~2시간 실온에서 식혀요. 그다음 냉장 보관, 최소 3시간 이상. 하루 지나면 훨씬 진해져요. 차가울수록 단단해지고, 따뜻할수록 부드러워요.
❌ 주의: 절대 냉동 금지! 수분 날아가고 질감이 망가져요.
🍴 어떻게 먹을까? 그건 당신 마음이에요
- 따뜻할 땐 무스처럼 사르르
- 차갑게 식히면 정통 치즈케이크 느낌
- 블랙커피와 찰떡
- 잼이나 제철 과일 올리면 더 화려해져요
아무것도 안 올려도 돼요. 케이크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이니까요.
[결론] 완벽하지 않아도, 따뜻하면 돼요
그날 케이크는 조금 탔고, 모양도 울퉁불퉁했어요. 종이포일은 구겨졌고, 반죽은 완벽하지 않았지만… 희한하게 그게 더 마음에 들었어요.
나는 그 조각을 한 입 베어 물며 생각했죠.
‘이거, 나 같다.’
바스크 치즈케이크는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있어요. 그래서 더 인간적이에요. 사람 마음 같기도 하죠. 흐트러진 부분이 있어도 괜찮은 디저트.
완벽하지 않아도, 내가 만든 건 내가 제일 잘 알아요.
그리고 그게, 내 마음을 돌보는 방법이 될 수도 있어요.
반죽을 섞는 조용한 오후,
오븐 문을 열 때 퍼지는 고소한 향,
구워지는 동안 흘러나온 음악,
식는 동안 혼자 마시는 커피 한 잔.
그 모든 순간이 케이크보다 더 소중했어요.
오늘은 내 마음을 위해 굽는 하루가 되어보길 바라요.
바스크 치즈케이크처럼, 조금 삐뚤어도 괜찮은 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