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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회전시 일시정지 필수

by J차담차담 2025.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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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회전시 일시정지
우회전시 일지정시 필수입니다!

 

 

오른쪽으로 꺾기만 하면 되는 길. 우회전. 참 쉬워 보이죠? 브레이크 밟고 핸들 살짝 돌리고,  하지만 그 짧은 순간에도 인생이 바뀌고, 누군가의 시간이 멈출 수 있다는 걸 안 이후로, 저는 우회전이 무섭습니다.

빨간불에 우회전해도 될까요?  네, 가능합니다. 단, 일시정지를 꼭 해야 합니다. 정지선 앞에서 멈추고, 주위를 보고, 숨을 고르고, 보행자가 없는지 다시 본 후에 정말 아무도 없다면, 서행하며 도는 것입니다. 단순한 규칙 같지만, 이건 거의 의식(儀式)입니다. 나는 멈췄고, 보고, 이해하고, 그제야 움직입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저도 가끔은 깜빡합니다. 빨간불인데 우회전하면서 정지를 안 했던 날 급했었습니다. 배가 고팠고, 김밥천국이 2분 후면 문을 닫을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횡단보도에 서 있던 아주머니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그분의 눈빛은 말했습니다.  "그 김밥이, 내 다리보다 소중해요?"

아차 싶었고, 창문을 내리기도 전에 제 심장은 이미 죄책감으로 꽉 차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김밥보다 브레이크를 먼저 챙깁니다. 이건 교육이 아니라 각성이었습니다.

빨간불, 일시정지, 그리고 숨

우회전할 때 멈춘다는 건 단지 규칙 준수가 아닙니다. 그건 내가 나를 통제할 수 있다는 증거이고, 주변을 살필 수 있는 여유라는 상징입니다. 멈추는 건 졌다는 뜻이 아닙니다. 멈춤은 선택이고, 책임이고, 그리고 나 이외의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입니다.

보행자 신호가 파란불일 때, 우회전 차가 서 있다면 저는 그 운전자에게 작게 고개를 숙입니다. "고맙습니다"라는 말 대신에요. 그리고 그 눈빛을 받은 운전자는 아주 조금 미소 짓습니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저는 생각합니다. 멈춤은 연결이다, 라고말입니다.

무심한 우회전이 불러온 이야기들

뉴스에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초등학생이 신호등 파란불을 보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우회전 차량에 치였습니다. 운전자는 말했다고 합니다. “안 보였습니다.” 아이는 크게 다쳤고, 가족은 울었고, 운전자는 그날 이후로 핸들 잡을 때마다 손이 떨린다고 했습니다. 우회전 한 번, 일시정지 한 번. 그 짧은 정지가 얼마나 큰 결과를 바꿀 수 있었는지, 뒤늦게 깨달았다고 합니다.

이건 누가 특별히 나빠서 벌어진 일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가 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잠깐 한눈팔 때, 누군가는 걸어갑니다. 우리는 우회전으로 길을 돌지만, 누군가의 인생은 직진 중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가끔 너무 서두릅니다

“뒤차 눈치 보여서 못 멈췄습니다.”  “애가 울고 있어서입니다.” “빨리 가야 했습니다.” 맞습니다. 다 이해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저는 알게 됐습니다. 뒤차는 내 벌금 대신 내주지 않습니다. 아이에게 안전한 부모가 되는 건, 잠깐의 정지부터 시작됩니다. 그리고 우회전은 항상 '돌아가는 길'이지만, 정지하지 않으면 누군가에겐 '끝나는 길'이 될 수 있습니다.

법이 아니라 마음으로 멈추는 날이 오기를

교차로, 우회전, 적색신호, 그리고 일시정지. 이 단어들이 매뉴얼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건 하나의 약속입니다. 나는 당신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고, 당신이 걸어갈 수 있게 잠시 멈추겠다는 선언입니다. 어쩌면 사랑의 또 다른 형태일지도 모릅니다. 모르는 사람에게 건네는 배려. 익명의 존재를 위한 양보. 그게 우회전 정지선 앞에서 나오는 가장 따뜻한 마음입니다.

결국, 운전도 삶처럼

운전도 결국 사람 사이의 일입니다. 차와 차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급하게 굴고, 빨리 가고, 끼어들고, 빵빵대는 사이에도 누군가는 숨을 참으며 길을 건넙니다. 아이일 수도 있고, 노인일 수도 있고, 나중의 나일 수도 있습니다. 그 사람을 위해 잠깐만 멈춰주세요. 

우회전은 돌고 돌아가는 길이지만, 일시정지는 그 길에 의미를 더합니다. 멈추는 당신이 있어, 누군가는 안심하고 걷습니다. 그리고 그걸 본 누군가가, 다음 교차로에서 또 멈춥니다. 그렇게 연결되고, 그렇게 안전해지고, 그렇게 이 도시는, 조금씩 다정 해지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