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의 거리는 빠르게 돌아갑니다. 자동차의 속도, 신호의 흐름, 사람들의 발걸음. 하지만 이 분주함 속에서 우리는 종종 잊고 살아갑니다. 이 길 위에는 ‘사람’이 먼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차가 멈추는 그 순간, 한 사람이 안전하게 길을 건넙니다. 그 사람은 누군가의 가족이고, 이웃이며, 우리 자신일 수 있습니다.
멈춘다는 것의 의미
교차로에서 적색 신호일 때 우회전을 하려면 일시정지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런데 많은 운전자분들이 이를 생략하거나 ‘보행자가 없으면 그냥 가도 된다’고 생각하십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일시정지 후 서행이 정답입니다. 그 잠깐의 정지는 단순한 의무가 아닙니다. 그것은 배려이고 존중이며, 생명을 지키는 약속입니다.
잠깐의 조급함이 남기는 상처
시속 30km와 40km는 불과 10km 차이지만, 보행자의 생존율은 90%에서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고 합니다. ‘설마 사람이 없겠지’, ‘나는 운전 잘하니까 괜찮아’, ‘지금은 급하니까 어쩔 수 없어’와 같은 생각은 수많은 비극의 출발점이 됩니다. 길을 걷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작고, 느리며, 불확실합니다. 그들은 경적에 움츠러들고, 속도에 쫓깁니다. 차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운전자의 눈치를 보며 걷는 것이 지금 우리의 보행자 현실입니다.
보행자가 먼저라는 법, 그리고 마음
2022년 7월부터 시행된 보행자 보호 의무 강화 법안에서는, 횡단보도 앞에서 보행자가 건널 의사를 보일 경우 차량은 반드시 정지해야 합니다. 이는 단순한 법 조항을 넘어, 운전자와 보행자 사이의 상호 존중을 기반으로 합니다. 물론 운전자분들도 힘든 점이 많습니다. 출퇴근 시간대의 정체, 골목길에서의 불확실성, 예측하기 어려운 보행자들의 움직임.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주의하고 배려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차는 강하고, 사람은 약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입장에서 다시 생각해 봅니다
한 아이가 초등학교 앞에서 신호를 기다립니다. 손에 작은 장난감 가방을 든 채, 엄마 손을 잡고 초록불이 되기를 기다립니다. 반대편에서는 배달 오토바이가, SUV 차량이, 출근을 서두르는 차량이 줄지어 우회전을 시도합니다. 누가 먼저일까요? 정답은 명확합니다. 사람입니다. 아이입니다. 그 아이가 무사히 건넌 후에야, 차는 움직여야 합니다. 그것이 선진 교통 문화이며, 인간 중심의 도시가 나아갈 길입니다.
운전자도 결국은 보행자입니다
운전대를 잡을 때는 강해진 기분이 듭니다. 하지만 차에서 내리는 순간 우리는 다시 보행자가 됩니다. 퇴근 후 마트에 들를 때, 아이와 산책을 나설 때, 우리는 차보다 훨씬 더 작은 존재가 됩니다. 그 감각을 잊지 않는다면, 우리는 차 안에서도 사람을 기억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모두가 같은 사람입니다. 위치와 역할이 다를 뿐, 우리는 모두 길 위의 생명을 지닌 존재입니다.
‘잠깐 멈춤’이 만들어내는 안전
우회전 전 일시정지, 골목길 서행, 횡단보도 정지선 준수. 이 모두는 어렵지 않은 행동입니다. 다만, 습관이 되기까지는 약간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 잠깐 멈춘 사이에, 누군가는 무사히 집에 도착하고, 한 가족은 안도의 숨을 쉬게 됩니다. 정지선 앞에서 멈추는 그 찰나가 사회 전체의 안전 문화를 만드는 첫걸음이 됩니다.
차보다 사람이 먼저인 도시
보행자 중심의 교통 시스템은 모든 사람을 위한 사회적 기반입니다. 장애인, 노인, 어린이, 그리고 오늘도 걷는 수많은 시민들을 위한 것입니다. 자동차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이제는 사람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합니다. 차는 도구입니다. 수단입니다. 하지만 사람은 목적입니다. 목적이 수단보다 우선입니다.
당신의 한 번의 브레이크가 만드는 변화
오늘도 수많은 차량이 도로를 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단 한 대의 차량이 횡단보도 앞에서 멈춘다면,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큰 의미가 됩니다. 아이의 첫 등굣길, 노인의 병원 가는 길, 엄마의 장 보러 가는 길. 당신의 브레이크는 단순한 감속이 아니라, 생명을 향한 배려입니다.
마무리하며
“차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말은 구호나 캠페인으로 끝나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우리가 도로 위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약속이며, 모두가 함께 만들어 가야 할 문화입니다. 사람의 안전이 보장되는 사회는 곧 모두가 안심할 수 있는 사회입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라도, 함께 실천해 보지 않으시겠습니까?
잠깐 멈추고, 사람을 먼저 보세요.
그 순간부터, 우리는 진짜로 '사람 중심의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입니다.